살인자의 기억법 원작과의 차이와 결말

Posted by <구니스>
2017. 10. 2. 14:59 영화 이야기/영화를 보고

알쓸신잡으로 유명해진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솔직히 나도 알쓸신잡에 출연한 작가의 소설이 영화화된다고 하길래 영화 나오기전에 한번 읽어봤다.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들은 미리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책으로만 읽어 상상하던 장면이 과연 어떻게 표현될까 하는 궁금증과 서로 다르게 표현된 부분을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하나 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여름 성수기를 지나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 나름 선전하고 있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작과 어떤점이 다를까?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될수 있으니 아직 영화를 안보신분은 뒤로가기를 누르길 추천드린다.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소설은 솔직히 별로 재미없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이 생각나는대로 메모하듯 짧게 짧게 적어나가는식으로 진행되고 분량도 적은편이라 (148페이지 분량에 나머지는 감상평으로 채웠다) 하루만에 후딱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 있었지만, 결말 부분이 좀 김새는 감이 있었다. 문학적으로 좀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도 의외로 많고, 중간중간 진행되는 내용과 틀어지는 부분(반전)이 너무 눈에 확 띄어 다음부분이 집중안되기도 했다. 결말을 보기전까지는 저게 도대체 반전인지 주인공이 헛소리하는건지 계속 헷갈리다가 결말보고 너무 힘빠져버리는 느낌? 중간 중간 많이 나오는 비유적인 표현들과 뭔가 의미를 담은듯한 구절 인용등 나에겐 좀 어렵게 다가왔다. 내가 원했던건 한편의 스릴러 소설이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일단 설경구가 압권이다. 동네 치매걸린 노인같다가도 눈빛 하나로 연쇄살인마로 완벽하게 변신해버리는데 보면서 몇번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김남길도 정말 연기를 잘하긴 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전형적인 인물로 변해가는듯한 느낌이 있었고, 설현은 나름 선방했다.

소설을 읽고나서 과연 이 내용을 어떻게 재밌게 표현할수 있을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정말 똑똑하게 잘 만들었다. 걱정됐던 부분을 굳이 끌고나가는 대신 영화에 맞게 내용 자체를 바꿔버리는 모험을 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소설에 없던 유머를 중간중간 잘 섞어나가며 긴장감 넘치게 잘 끌어나가서 정말 재밌게 봤다.

 

 

 

 

살인자의 기억법 원작과 영화의 차이

 

여기서부턴 스포일러가 될수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 원작과 차이 중 가장 큰건 일단 설현이 연기한 딸 은희다. 소설에서 은희는 아버지에게 전혀 살갑지 않은데 반해 영화에서는 홀아버지를 모시는 착하디 착한 딸로 나온다. 아버지를 위해 연예도 포기하려 할 정도로. 영화를 보면서 설현의 설정을 보고 소설과는 결말이 전혀 틀리겠구나 딱 짐작이 갔다. 소설의 결말로 가려면 딸이 절대 다정다감할수 없다.

설경구(병수)의 첫 살인 동기는 거의 같지만 이후 살인의 행적도 전혀 다르다. 영화는 꼭 죽여야만 하는 나쁜사람들을 마치 심판자처럼 죽이지만 원작에서는 그냥 사이코패스로 막무가내로 죽인다.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다르게 설정하면서 결말부분에서는 오히려 설경구를 약간 응원하게 만들어버린다. 김남길(태주)가 더 나쁜 살인자인것처럼. 살인자는 그냥 살인자인데. 둘다 용서받을수 없는데.

안형사의 설정도 원작과 다르다. 원작에서의 안형사는 병수의 연쇄살인을 유일하게 포기하지 않고 추적해가는 늙다리 형사였지만 영화에선 한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는 형님 동생 사이로 나온다. 경찰인건 같지만 연쇄살인을 추적하거나 병수를 의심하지 않는다. 병수가 태주를 쫓는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과 유머를 담당한다.

태주의 설정은 영화에서 디테일하게 표현됐다. 바뀐 결말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김남길은 중반 이후까지 점점 조여오면서 잘 이끌어가다 마지막 부분에서 뻔한 살인마로 끝맺어버린다. 이건 김남길의 연기때문이라기보단 시나리오가 문제였던듯 하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간만에 정말 잘 만들어진 스릴러다. 적절한 유머로 긴장감 일색일수 있는 부분을 잘 풀어나갔다.

뻔한 플롯으로 진행되지만 치매에 걸린 살인마라는 색다른 소재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충분히 재밌게 봤다!

설경구의 연기는 뭔가 다른 측면으로 접어든거 같다. 사람 소름끼치게 만들어버리는 압도감.

불한당이 먼저 개봉하긴 했지만 촬영은 살인자의 기억법을 먼저 했다고 한다. 이 영화부터 무슨 계기인지 모르겠지만 포텐이 팍 터진거 같다.

감독의 병맛 SNS질로 망하긴 했지만 불한당에서의 연기도 정말 인상깊었다. 동성애와 의리 사이에서 애매하게 관객 헷갈리게 만드는 묘한 웃음. 감독의 의도는 한쪽이었지만 설경구는 그걸 사람 환장하게 비비꼬았다.

 

 

 

 

 

현재 살인자의 기억법은 260만 관객을 동원했다. 끝물이라 거의 스코어 확정이다. 3~4백만은 넘길줄 알았는데 아쉽다.

아직 안보신분 있으시다면 꼭 보시길! 이 포스팅에 싸질러놓은 스포를 보고 나서도 충분히 재밌게 볼수 있는 영화다. 소설 먼저 읽어보면 더 재밌고~

 

결말을 보길 원하시는분은 아래 클릭해서 펼쳐보시길

 

 

 

'살인자의 기억법' 미공개 영상 - 설현이 부르는 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