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거보다 외로운게 더 무서운 노숙자. 영화 [카드보드 복서]

Posted by <구니스>
2016. 12. 11. 21:00 영화 이야기/영화를 보고

 

 

국내 미개봉작중 놓치면 후회할 가슴 먹먹한 영화를 한번 추천해드립니다.

영화 카드보드 복서 - 감독 네이트 괄트니 주연 토마스 헤이든 처치,테렌스 하워드,보이드 홀브룩 2016년작입니다.

영화의 주요 등장 인물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주인공 윌리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스파이더맨3 샌드맨 역할을 했던분입니다.

이번에 이 영화 보고 이분 다시 봤습니다. 정말 연기 잘하더군요. 외로운 노숙자 그 자체였습니다.

 

 

노숙자들을 돌보는 택시드라이버 포프. 아이언맨1에서 로드 중령 역할을 했었죠. 몸값 너무 올리다가 2편부터 교체됐는데, 아마 일생일대의 후회 중 하나일듯 합니다.

 

 

두다리를 잃고 노숙자 신세가 된 참전용사 핑키. 까칠하고 자존심 쎈 핑키는 윌리를 통해 노숙자로 살아가는법을 배웁니다.

 

 

처음에는 영화 제목만 보고 복서 출신 주인공이 노숙자가 되어 다시 성공하게 되는 뻔한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딱 시작하면서부터 잘못 생각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우울한 노래와 함께 노숙자인 윌리의 하루가 비춰지는데 가슴이 답답해지더군요.

너무 막막하고 무기력하고 외로운 노숙자로서의 삶이 영화 시작 후 노래 한곡 나오는 시간에 완벽하게 표현됩니다.

햄버거가 남아있는 테이블을 쳐다보는 주인공은 배고파보이는 표정이 아닙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멍한 표정입니다.

오랫동안 반복됐던 윌리의 어떤 하루중 스쳐가는 순간일뿐입니다. 윌리는 말그대로 노숙자였습니다.

 

 

무기력하고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윌리는 어느날 쓰레기통에서 반쯤 타버린 일기장을 발견합니다.

부모를 잃고 학대당하는 어린 소녀의 하루하루가 적혀있는 일기장은 윌리의 인생을 바꿔놓지요.

일기장의 소녀가 너무 외로워보여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받지도 못할 편지를 쓰는 윌리는 자신도 주변에 위로받을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는걸 깨닫습니다. 까칠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핑키에게 먼저 다가가보기도 하고, 노숙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포프에게 어리숙한 안부인사를 건내봅니다. 돌아오는건 욕뿐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천천히 관계라는걸 맺어갑니다.

너무 외로웠던 윌리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고 필요로 하면 모두 친구라고 믿어버리기도 합니다.

노숙자들끼리 싸움을 붙이고 내기를 하는 양아치마저 친구로 생각합니다. 그 양아치가 지어준 별명이 카드보드 복서입니다.

길잃은 강아지를 먹이기 위해 하루종일 구걸한 돈으로 개사료를 사기도 하고, 일기장의 필기체를 읽기 위해 필기체 카드를 사는 윌리는 더이상 배고픔이 해결해야할 1순위가 아닌게 되버립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울하고 무언가 답답함이 느껴졌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오히려 위로를 받게 되는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이열치열처럼 외롭고 우울한 기분을 위로해주는 외롭고 우울한 영화? 뭔가 말이 이상하지만 보고 나면 이해됩니다.

마지막 장면은 보는 내내 불편했을수도 있는 관객에게 건내는 향기나는 대일밴드같습니다.

이만큼 아플땐 어떻게 견디지? 이만큼 힘든데 어떻게 버티지? 이 질문에 답하는 영화 카드보드 복서입니다.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OST 'Blood red 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