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욱일승천기. 영화 군함도 솔직 후기 리뷰 결말

Posted by <구니스>
2017. 8. 20. 15:10 영화 이야기/영화를 보고

올해 여름 한국영화 최고의 기대작 군함도를 보고 왔다. 솔직히 보기전에 이래 저래 말들이 많다는 얘기는 언뜻 들었다. 괜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후기글들은 일체 보지 않고 극장으로 향했다. 보고 나니 이해는 갔다. 왜 이렇게 말들이 많고 호불호가 갈리는지. 분명한건 결코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다. 류승완 감독 스타일로 나름 시원시원하고 스케일도 큰 볼만한 영화다. 다만 관객이 원한건 볼만한 영화가 아닌 꼭 봐야만하는 영화를 원했던거 같다. 적어도 군함도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말이다.

 

군함도 ( The Battleship Island ) 2017.07.26 개봉

 

감독 : 류승완

출연 :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이경영, 김민재 등

 

 

 

 

 

줄거리

 

1945년 일제 강점기. 악단장 강옥과 딸 소희, 종로 주먹 칠성, 산전수전 다 겪어본 말년은 각자 일본에 속아 군함도에 갇히게 된다. 지하 1000미터가 넘는 막장, 허리도 제대로 펴기 힘든 공간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한채 노역을 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딸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각자 자리에서 발버둥치는 와중에 광복군 소속 무영은 독립운동 주요 인사 구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다.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군함도의 모든 한국인을 죽이려 하는 탄광 소장의 의도를 알아챈 무영은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는 탈출을 감행한다.

 

 

 

감독의 의도가 과연 역사고증일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는 영화는 많은 위험성을 미리 안고 시작한다고 본다. 사건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면 이미 결과를 관객들이 알고 보게되고, 사실에 픽션을 더하면 조금만 의도가 빗나가도 왜곡이라고 비난받을수 있다. 군함도는 후자다. 영화가 군함도 자체에 집중한거처럼 보였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군함도는 그저 배경인듯 했다. 강압적으로 해저 1킬로미터 넘게 파고 들어가던 한국인의 억울한 노동 착취 현장이 그냥 저냥 지낼만해보였다. 의도한건지 모르겠지만 몰래 부식들을 빼돌리고 화폐마냥 담배로 거래하며 빚을 지던 어쨌던 여자들이 접대하는 술집에 드나드는 영화속 캐릭터들은 절박해보이지가 않았다. 자유를 뺏겼지만 굶주리고 억압받아 목숨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뜬금포처럼 튀어나오는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나, 많이 봐왔던 캐릭터가 연기자까지 그대로인채 다시 반복되는건 솔직히 짜증까지 나기도 했다. 너무 기대를 했던건가...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쯤이 어디메이뇨~

군함도에는 단 한명의 실존인물도 나오질 않는다. 군함도라는 실제 배경에 사건과 인물은 모두 픽션이다. 군함도라는 민감한 소재안에 등장인물에 관객이 집중하게 만드는 방법을 신파와 로맨스로 잡았다. 너무 편한 방법으로 접근한게 아닐까? 다른 영화와 비교하는거 자체가 실례라는건 알지만 같은 시기에 개봉했기에 한마디 보태자면... 얼마전에 본 덩케르크는 인물들에 집중하기보단 단 한가지 사건의 교차점에 다가가는 세가지 여정들을 교묘한 시간 배열을 통해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스토리는 담백하다 못해 너무 단순했다. 영화 나오기전까지 전혀 몰랐었던 역사적 사건이었음에도 영화를 보면서 점점 몰입하게 됐고 마지막엔 국뽕 한스푼이 얹어졌을망정 감독의 의도가 정확히 보여서 시원시원했다. 군함도는 보고 나오면서 먼지 모를 찝찝함에 바로 일어서지 못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헐리우드에 가장 가까운 감독이 류승완 감독이라 생각한다. 그런 류승완 감독이 몰입도 되지않는 설정으로 감정에 호소할줄이야... 스포가 될까봐 자세한 내용은 말할수 없지만 정말 괜한 의미부여에 빠져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 몰입을 방해했다. 너무 힘이 들어가고, 옛날 방식의 안일한 흥행요소들이 과하고 넘치게 들어있어서 집중이 힘들었다. 영화 시작부에 투자자 이름을 뺄정도의 결단력과 감독 이름 자체만으로도 흥행파워를 가지고 있는 류승완이 제작사나 투자사에 많은 간섭을 받진 않았을텐데, 마치 제작사와 투자사의 과도한 간섭으로 영화가 산으로 가는듯한 착각을 하겠만들었다. 트랜스포머처럼...

 

 

 

그래도 볼만했다! 군함도

 

솔직히 역사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라 평소보다 좀 더 빡빡한 관점으로 본건 사실이다. 그만큼 기대되는 감독과 시나리오라 기대도 컸고.

한발짝 살짝 떨어져서 본다면 어느정도 볼만한 영화였다. 집안 어르신들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정말 재밌게 잘 보셨다고 하셨다.

류승완답게 액션은 시원시원하고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강단있다. 분명 스탠스를 잘못 취한건 맞지만 영화 자체는 볼만했다.